칼럼: 학문의 목적...



우리가 학문을 배우는 이유는 단순히 지식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그 너머에 있는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학문의 본래 목적을 잊은 채 지식 자체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당장의 현안이나 욕망을 충족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얻는 데는 열심이지만, 정작 왜 사는지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것과 진리를 추구하는 삶은 분명히 다르다. 타인의 평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인정받으려 하고 자신을 드러내려 할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얼마나 성공했는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끊임없이 증명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은 조금 다른 태도를 갖는다. 그 사람은 사람들의 박수보다 자신의 양심에 귀를 기울인다.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말하는 것이라 해도 양심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다시 생각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 삶은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물론 나는 삶에 우연이 없다고 믿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이 내 예측 범위 안에서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내가 영어로 글을 쓰고 Technical Writing을 가르치는 일을 할 거라고 젊은 시절에는 상상조차 못했다. 전공을 생각하면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진로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매뉴얼을 작성하는 일을 맡게 됐다. 제대로 글을 쓰는 방법도 몰랐고 영어로 기술문서를 작성하는 일은 더욱 낯설었다. 그래서 필요에 의해 영어를 기초부터 다시 공부했고, 글쓰기 방법론까지 찾아 배우게 됐다. 처음부터 선택한 일은 결코 아니었다. 또 주어진 일을 해내기 위해 하나씩 배우다 보니 어느 순간 문서를 작성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손가락으로 타이핑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스스로 계획해서 지금의 내가 된 것이 아니었다. 필요에 의해 새로운 것을 배워야 했고, 그 과정에서 좋은 멘토들을 만났다. 한 멘토는 글쓰기의 이론적 토대를 가르쳐주었고, 또 다른 멘토들은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하며 나를 다듬었다. 그 일은 글로벌하게 진행됐다. 그렇게 하나씩 경험이 쌓이면서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고 달라진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좋은 기회를 만났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며,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많은 경험을 갖게 됐을 뿐이다. 특별히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 양심에 꺼리끼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삶이란 무엇을 계획했느냐보다 무엇을 배우고 깨달았느냐에 의해 좌우되는 것 같다. 자신의 미래를 완벽히 설계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도 있겠지만, 예상하지 못한 사건과 만남이 우리를 몰아갈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학문의 의미도 결국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이 될 것이 아니라 지식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흔히 행복을 이야기할 때 건강, 부, 안정된 직장과 가정, 사회적 성공 등을 떠올린다. 물론 이런 것들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아무리 많이 소유한다 해도 모든 것은 변하고 결국 사라진다. 건강도, 재산도, 명예도 영원한 것은 없다.

진리를 발견한다는 것은 단순히 어떤 지식을 하나 더 얻는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왜 존재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또 무엇이 가치 있는지를 깨닫는 것이다. 삶의 목적을 발견한 사람은 환경이 변해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가진 것이 줄어들어도 자신의 삶이 무의미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리를 찾는 여정에서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들이며, 양심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내 인생에서 진리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마지막 순간에 돌아보았을 때 양심을 저버리지 않았으며, 주어진 삶을 의미 있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결국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발견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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