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심을 잃지 않는 지혜...



일이 잘 되고 주변에서 인정을 받게 되면 사람은 교만해지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우리는 그때가 위험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이때 게을러지고 또 특권 의식이 생기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 친했던 친구들 중에 혹 나름 성공했다고 거들먹거리거나 다른 친구들과 거리를 두려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극히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때면 과연 내가 알던 그 친구가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

사람이 돈에 의해 좌우되는 순간이 오면 인격을 상실한다고 우리 선배들은 얘기한다. 그래서 말을 잘 못하고 비록 재미는 없어도 우직하고 정감이 가는 친구가 좋다. 머리 회전이 빠르지만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친구는 다가온다 해도 멀리하게 된다.

미국 엔비디아의 CEO인 젠슨 황은 얼마 전 인텔과 삼성은 TSMC를 능가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바 있다. 그 이유로 변화에 대한 민첩성 면에서 TSMC가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개인의 성장과 조직의 성공은 고난과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대함은 인격에서 비롯되고 인격은 고난을 겪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을 해고하기보다 개선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는 개인이 위대해질 수 있도록 차라리 괴롭히는 방법을 택했고 엔비디아는 그런 사람들이 성공시킨 회사라고 했다. 결국 그는 놀라운 아이디어가 꽃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도 했다.

프로 의식은 경륜과 인격에 바탕을 둔다고 난 배웠다. 주변에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거나 겉멋만 잔뜩 든 그런 이들은 함께 하기 힘든 이들이다.

고교 시절 우리는 적성검사를 받았다. 여러 기준을 정한 후 어떤 전공이나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탐색하기 위함이었다. 결과를 두고 친구들 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어떤 친구는 모든 영역에서 점수가 높아 만능임을 자랑했지만 어떤 친구는 모든 분야에서 바닥인 경우도 있었다. 다들 그 친구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훗날 우리는 상처받지 않기를 바랐던 친구들이 회사를 운영하거나 전문가 반열에 앉은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스스로를 열등하다 생각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많은 실수를 거듭한 후 부단히 자신을 고쳐나가다 보니 그가 담당한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 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쌓은 경륜과 인격으로 인해 그런 이들은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젊은 시절부터 빠르다는 얘기를 익히 들어왔다. 문서를 만들 때에도 하루 밤새 매뉴얼 하나를 뚝딱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나름 능력자라는 소리도 들었다. 또 번역하는 속도가 빨라서 '폭풍번역'이란 소리도 들었다. 나름 자부심도 있었고 어쩜 속으로 교만한 맘을 품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어느 프로젝트에 투입이 된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는 느리다는 평가를 받았고 더 효율적인 번역을 위해 AI에게 맡기는 게 낫겠다는 소리도 들었다. 속으로 남보다 빠르다는 생각은 이제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난 나이를 먹었고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뛰는 이 위에 나는 이도 있음을 인정해야 했던 순간이었다.

겸손할 줄 아는 미덕이 소중한 세상이다. 그렇지 않은 이가 있다면 주변을 살필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에 살고 있다. 처음부터 빈부귀천이 존재했던 게 아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 지혜를 모두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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