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켜야 할 것...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에서 DEI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DEI는 Diversity(다양성), Equity(형평성), Inclusion(포용성)의 약자로, 인종과 성별, 장애, 나이, 종교, 출신 배경 등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공정한 기회를 얻고 조직 안에서 부당하게 배제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실제로 DEI가 지향하는 가치 가운데 우리가 쉽게 부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채용 과정에서 특정 배경을 가진 사람을 부당하게 배제하지 않고, 장애인이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며, 직장 내 차별과 괴롭힘을 줄이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분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히는 것 역시 중요한 사회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좋은 취지의 가치가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명분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개인의 능력과 성과보다 집단적 특성이 우선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고, 반대로 누군가를 배려하기 위한 정책이 다른 사람에게는 역차별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조직이 구성원들에게 특정한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하면 다양성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생각의 다양성을 제한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다양성 그 자체보다 어떻게 다양성을 구현할 것인가이다. 누구든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지만, 동시에 개인의 능력과 책임, 성과가 존중받을 권리도 있다. 어느 한쪽의 가치를 절대화하기보다 서로 충돌할 수 있는 가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국의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바라보면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중국에서는 이미 현금을 사용하는 대신 휴대전화로 결제하는 문화가 매우 일반화되어 있다. 알리페이(Alipay)나 위챗페이(WeChat Pay)의 QR코드를 이용하면 식당이나 상점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편리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결제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제도 생긴다. 바로 편의성과 통제 사이의 경계다.
중국은 현재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PBOC)이 발행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e-CNY, 즉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화폐가 일반화되면 거래의 투명성과 결제 효율성이 높아지고 자금세탁이나 탈세 등을 관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경제 활동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중앙에서 발행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화폐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면 개인정보와 금융 프라이버시, 거래 데이터의 활용 범위에 대한 논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의 권한이 강한 국가에서는 금융 데이터가 단순한 경제 정보에 그치지 않고 국민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우리는 서로 다른 두 현상에서 공통된 질문을 발견한다. 좋은 목적과 편리한 기술이 통제의 수단으로 변할 가능성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
DEI는 차별을 줄이고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지나친 제도화는 역차별이나 획일화된 가치관 강요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디지털 결제 역시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지만, 데이터와 금융정보가 특정 기관에 과도하게 집중되면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 사회에서는 새로운 제도나 기술을 무조건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이 누구에게 어떤 권한을 주고, 그 권한을 누가 감시하며, 개인의 자유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문명은 편리함을 향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다양성을 보호하는 제도에도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고, 디지털 기술에도 투명성과 감시 장치가 필요하다. 결국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특정한 이념이나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자유 그리고 서로 다른 생각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의 토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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