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일생...

 


그러나 그것은 스스로 인생을 선택할 수 없는 시대의 이야기였다.

당시는 사랑보다 집안이 먼저였고, 개인의 의사보다 어른들의 결정이 우선이었다. 지역 유지들의 중매로 혼담이 오갔고, 시아버지가 될 사람을 한 번 만난 자리에서 결혼은 사실상 결정되었다. 신랑 역시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권리를 갖지 못한 채 결혼이라는 운명 앞에 서게 된 것이다.

훗날 그녀는 그날을 떠올리며 말했다.

"시아버지가 내 손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이 손이면 일을 잘하겠구먼.' 하시더라."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 한마디는 축복이 아니었다.

결혼과 동시에 그녀의 교편 생활은 끝이 났다. 아이를 낳고 시부모를 모시기 시작하면서 그녀 앞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삶이 펼쳐졌다.

그녀는 며느리가 아니라 머슴이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논과 밭을 오가며 일해야 했고, 아이를 낳은지 얼마 안 됐지만 예외일 수 없었다. 젖을 먹이기 위해 잠시 손을 멈추기라도 하면 호통이 쏟아졌다. 어느 날은 아이가 논두렁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는데도 시아버지는 태연하게 말했다.

"죽으면 또 낳으면 되지. 그게 뭐 대수라고."

그 말은 그녀의 가슴에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았다. 백일도 채 되지 않은 딸은 어머니 품 대신 집에 홀로 남겨졌다. 아이가 배고파 울자 시아버지는 염소젖을 먹였다. 결국 아이는 장에 심각한 이상이 생겨 수술을 받아야 했다. 병원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도 그녀는 절망을 경험했다.

시아버지는 병원에 도착하자 자신의 택시비만 계산한 뒤 아무렇지 않게 내려버렸다. 어린 딸을 품에 안은 그녀는 남겨진 요금을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그 순간조차 그녀를 위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일을 더디 하면 손찌검이 날아왔고, 시키지 않은 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뺨을 맞았다. 그러나 더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폭력보다 외로움이었다. 시댁 식구들 가운데 누구 하나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시아버지는 자식들조차 군인처럼 길렀다. 새벽 네 시 기상은 당연했고, 하루 종일 호통과 질책이 이어졌다. 어떤 자식은 욕심이 많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다가 끝내 쥐약을 먹고 생을 포기하려 했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폭력은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집안 전체를 지배하는 공기였고,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문화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몸은 점점 쇠약해졌고 마음도 병들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교사였던 남편이 발령을 받았다. 그녀는 남편을 따라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했다. 처음으로 시아버지와 떨어져 살게 되었지만 자유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너무 망가져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살림살이를 늘리는 대신 자식들에게 모든 정성을 쏟았다.

멀리 떨어져 살아도 시아버지의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틈만 나면 불쑥 찾아와 동네 어귀에서 그녀의 이름을 고래고래 불렀다. 명절이 다가오면 형편이 어려워도 소고기와 반찬을 준비해 시댁으로 향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설이 쏟아졌고, 폭력이 이어졌다. 시아버지는 그것을 교육이라 불렀다.

남편도 아버지 앞에서는 쉽게 방패가 되어주지 못했다. 다른 형제들도 대부분 바쁘다는 이유로 늦게 오거나, '큰아들이 해야 할 몫'이라며 모든 부담을 그녀에게 떠넘겼다.

농번기만 되면 어김없이 불려갔다. 새벽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그녀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또 어떤 호통이 기다리고 있을지 두려웠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녀는 한 가지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시아버지가 말하던 '형제 우애'는 말뿐이었다. 실제 교육은 경쟁과 비교, 편 가르기와 충돌뿐이었다. 그렇게 자란 자식들에게서 따뜻한 연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에게 조용히 말했다.

"당신까지 아버지의 호구가 되지는 말아요."

불효라는 말을 들을지라도, 자신의 가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믿었던 것이다.

명절마다 형제들은 승진 이야기와 자식 자랑으로 아버지의 환심을 샀지만, 그녀는 그들 속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말했다.

"내 이야기를 다 쓰려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거야."

오랜 세월이 흘렀고 그녀는 평생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처음으로 자식들과 며느리들 앞에서 꺼내놓았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이야기할수록 목소리는 떨렸고, 참아왔던 눈물이 끝내 흘러내렸다.

"그 세월을... 정말 견디며 살았어."

짧은 한마디에 담긴 고통은 수십 년의 세월보다 무거웠다.

그 이야기를 듣던 자식들도, 며느리들도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한 여인이 평생 홀로 짊어졌던 십자가가 비로소 가족들 앞에 내려놓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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