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실을 아는 지혜...

 



우리는 종종 “대충해도 괜찮다”는 말을 위로랍시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내 경험은 그 말이 반드시 멋있는 조언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새로운 일 앞에서 긴장하고 초조해하던 나에게 가장 손해를 끼쳤던 조언은 “너무 애쓰지 말라”는 말이었다. 그 말은 배려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텐션을 낮추고 일의 밀도를 떨어뜨리는 이유가 됐다. 완벽주의는 경계할 대상이지만,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까지 꺾을 필요는 없다. 성실을 ‘과함’으로 치부하는 문화는 결국 인간의 성장을 더디게 만들 우려가 있다.

나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느리고 서툰 쪽에 가깝다. 책과 컴퓨터 앞에서는 익숙하지만, 손으로 하는 일이나 공구를 다루는 일에는 쑥맥이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신뢰하지 않는다. 지금에 와서 고백하지만 난 항상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살아왔다. 젊은 시절부터 수많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내 능력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했기에 주변 사람들이 귀했고 그들을 존경하고 존중할 수 있었다.

나는 미련하고 더딘 사람이라 생각하기에 우쭐해질 여지가 적은 것 같다. 만약 내가 탁월하고 능력이 출중했다면 타인을 얕보거나 무시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내가 겸손할 줄 알고 감사하는 사람이 된 것은 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함에 대한 자각은 결핍이 아니라 도움을 얻는 통로라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인생에서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조급함 때문에 일을 망친 적도 있고, 오래 기다렸음에도 뜻을 이루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경험은 나를 하나의 결론으로 이끌었다. 성실하게 최선은 다해야겠지만 결과와 때는 내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은 대충할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그리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선을 다했는데 안 된다면 내 능력 밖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결국 나의 주장은 이것이다. 일을 대충하거나 수박겉핥기식으로 임하는 것은 올바른 프로의 마음자세가 아니다. 물론 인간은 약하고 오류도 많다. 그것은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 난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현실주의자이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건 인간의 한계를 아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을 믿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실에 기반한 슬로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성찰하지 않은 채 “할 수 있다”고 외치는 이들이 있다면, 그 기개 자체는 인정할 수 있지만 함께 일하고 싶은 동반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앞서가는 용기는 때로 무모함에 가깝기 때문이다.

군인정신처럼 책임감과 결단력으로 일을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바탕에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면 경계한다. 전쟁에서는 기세와 심리전이 전략이 될 수 있지만, 우리의 일상과 공동체 안에서는 그런 방식이 오히려 불신과 충돌을 낳기 쉽다.

결국 삶은 승패를 가르는 전장이 아니라, 신뢰를 쌓아가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진실에 기초하지 않은 방법론, 성찰 없이 외치는 구호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자신을 아는 겸손 위에 세워진 결단만이 오래 간다고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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