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주주의와 우리의 미래...
대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나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거의 의심 없이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닫는 순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사태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마주했을 때,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진실을 접한 뒤 한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1987년 당시 대한민국은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아래 놓여 있었다. 그 정권은 광주사태의
책임 당사자였고, 언론과 국민의 자유를 철저히 억압했다.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자 학생들은 독재 타도를 외칠 수밖에 없었고, 정권 유지를 위해 왜곡한 헌법과 정치 체제에
맞서 우리는 호헌철폐를 요구했다.
정치에 특별히 관심이 없던 나 역시
부정에 대한 강한 거부감 때문에 거리로 나섰다. 다른 학생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하며, 이 나라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자리 잡기를 간절히 바랐다. 당시에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느껴졌지만, 그 소원은 수많은 희생을 동반한 끝에 오늘의 자유로운 대한민국으로
이어졌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역사다.
마음에도 없는 행동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사람들을 종종 보아왔다. 학문을 배우고 사회생활을 하는 가운데 인맥을 쌓고 처세를 익히는
과정에서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태도는 결국 가식이라는 한계에
봉착한다. 진심이 없는 행동은 언젠가 드러나게 되어 있고, 그
대가는 반드시 돌아온다.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불신과 비난을 받는 이유이다.
광주에서 수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희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태를 지시하거나 동조한 이들 다수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의 도발이라는 왜곡된 프레임으로 책임을 회피했다. 더
나아가 5·18의 책임자를 존경한다고 공언한 대통령이 등장했고, 그는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듯한 행보를 보이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기까지 했다.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책임을 야당
정치인에게 전가하고,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태도를 반복한 전 대통령의 모습은 독재자의 모습 그 자체였다. 또 공감 능력은 결여됐고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역사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재단하던 태도는 위험 그 자체였다.
물론 누구든 실수할 수 있다. 정치 경험이 없어서 국정 운영에 서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흑역사를
남기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다수당과의 대립 속에서 주도권을 잃고 싶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절차를 무시한 채 권력을 행사한 일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나 역시 스스로가 얼마나 불완전하고
실수하기 쉬운 존재인지 잘 알고 있다. 오랜 경력을 쌓았지만 내가 언제나 최선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번역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물을 내놓은 적도 있었고, 매뉴얼
작업에서 품질 문제로 지적을 받은 경험도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난 자신을 수정해 왔다. 아마도 그것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법을 집행하는 일을 해본 사람이기에
법을 지키고 수호하는 일이 민주주의의 핵심임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내란범으로 몰릴 경우 어떤 처벌이
따르는지도 모를 리 없다. 그렇기에 자신을 변호하고 싶겠지만, 명백한
증거들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만약 자신으로 인해 훼손된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제적 신뢰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리고 이 나라와 국민을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정의에 부합하는
선택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함께 이룩해 온 민주주의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려는 시도와 맞서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이러한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부디 이 땅의 민주주의가 다시 짓밟히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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