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메커니즘의 문제...
어떤 사람은 대화를 할 때 상대를 배려한다 생각해서 지나치게 길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든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인간의 한계를 모르고 소통하는 격이다. 사람은 오래 집중하지 못하고 쉽게 피로해한다. 말이 길어지면 짜증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란 말이다. 그래서 TMI(too much information)란 말이 등장했고, 말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것은 일종의 결례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례’를 일삼는 이들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2024년 12월 3일, 대통령이 군과 경찰을 동원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를 장악하려 한 내란 사태가 발생했다. 임기 말이 다가오면서 자신의 처가 직면한 각종 의혹과 부정을 덮기 위해 국가기관을 마음대로 휘둘러온 흔적을
지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 헌법을 어기고 쿠데타의 형식으로 계엄령을 선포한 이 사건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대한민국의 가장 큰 리스크가 대통령 자신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일이 우발적 폭주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1년 전부터 국방부와 국군방첩사령부를
중심으로 계엄 준비를 치밀하게 진행해온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 감정적으로 공모한 사건이
아니라, 국회를 장악하기 위한 사전 설계가 있었던 것이다. 만약
현장에서 이를 실행에 옮긴 군인들 중 단 한 명이라도 국민을 위한 양심의 제동을 걸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상상하기도 싫은 참담한 상황에 처해 있을지 모른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보수 유튜버들의 허황된 주장만을 귀담아듣던
대통령이 중앙선관위를 점령하고 국회를 마비시키려고 한 이 사건은, 소통 능력을 상실하고 한쪽에만 치우친
사고 속에서 권력의 정상에 서 있기를 즐기던 인물의 ‘마지막 모습’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높은 지적 능력과 학문적
성취를 갖춘 엘리트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이 진실하지 못할 때, 나라가
팔리고 민족은 위기에 빠진다. 대표적 사례가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던 이완용이다. 그는 뛰어난 지성을 가졌음에도 일제에 협조해 나라를 팔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엘리트들은
어떤가? 미국의 론스타가 한국 외환은행을 인수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을 때, 당시 한국 정부와 금융 당국은 이를 승인했다.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한국의 수많은 엘리트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국가에 이익이 되는 일보다 해가 되는 일에
앞장선 경우가 적지 않다. 왜 그들은 이런 선택을 하는 걸까? 그들이
배운 학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핵심은 ‘문제를 검증하는 방식’과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다. 지나치게 방어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그 지점에서 이미 위험 신호를 드러낸다. 나는 이것을 그 사람의 ‘메커니즘’ 혹은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사람을 평가할 때도 결국 그 시스템을 보게 된다. 결국 시스템 자체의 오류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비틀림이 사람의 미래를 엉뚱한 길로 이끄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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