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달라진 대한민국의 외교 기조...
베트남 중남부 1500미터 고원에는 달랏(Da Lat)이란 아름다운 도시가 있는데 이 도시는 베트남의 스위스로 불리고 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휴양지로 개발되었기에 유럽풍 건축물과 공원을 비롯한 멋진 명소들이 많다. 베트남전 때에 이 지역은 보존이 필요하다 판단해 미군이 예외적으로 폭격하지 않았다. 도심 한가운데 호수는 산책하기 좋은 명소이고 달랏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랑비앗 산도 있다. 베트남 사람들이 일생에 한 번은 꼭 이곳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것은 그만큼 멋진 휴양지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휴전이 됐을 때 한국은 전쟁의 포연 속에서 모든 것이 찢긴 상황이었다. 보전할 만한 것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미군은 북한의 재침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에 주둔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전략적인 것이었고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의 남하를 막기 위함이었다. 물론 미국으로서는 한국을 지켜주기 위함이라고 핑계를 댔지만 그 이유는 엄연히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이었고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진영으로 남아 있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여전히 북한의 재침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대한민국의 군사력은 과거의 빈약한 수준이 아니다. 이제는 세계 5위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이것은 결코 과장된 수치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현재 단일 기지 중 세계에서 제일 큰 평택 미군 기지의 목적은 북한의 침략 억제가 아니라 중국의 확장을 견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에 새로 바뀐 한국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군이 아닌 한국군으로 되돌리는 딜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군은 절대 전작권 반환을 원하지 않을 것이고 도리어 한국군을 미군의 전략적 동반자로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들은 한국의 국력이 이렇게까지 상승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만약 트럼프가 대놓고 얘기하듯 미군을 철수한다면 결코 미국에겐 남는 장사가 아니다. 그동안 침묵의 기조를 유지해온 한국이었기에 그들은 이번에도 미국이 큰소리를 내면 원하는 대로 끌려올 것으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자주국방을 얘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끌려가지 않을 공산이 크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의 대표적 선동가이다. 그는 미군의 주둔비를 더 받아내기 위해 한국과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숫자를 공히 4만 5천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수치는 사실과 다르다.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숫자는 28,500명이고 독일에 주둔 중인 미군의 숫자는 35,000명 수준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이 수치를 몰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그렇게 많은 미군이 파견되어 다른 나라를 지켜주는데 당연히 많은 돈을 받아야 한다는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수치를 부풀린 것이다.
그는 이익을 내야 하는 장사꾼의 심정으로 정치와 외교를 진행한다. 그는 동맹의 가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지지세력에 기대는 포퓰리즘을 위한 수치적 이익이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의 정치는 브라질 사례에서처럼 분열에 따른 피로감에 의해 무너질 공산이 크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일본과 EU가 협상을 타결한 후에도 끈질기게 지켜보는 상황이다. 미국의 앵커링(Anchoring) 프레임 전략에 끌려가는 순간 손해를 보는 것은 한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슬로건을 내세우자 새로운 한국 정부도 동일한 슬로건으로 대응하고 있다. 동맹은 동등한 위치의 전략적 동반자일 때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대한민국은 미국에 제안할 수 있는 여러 카드를 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교란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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