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트럼프와 신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아젠다를 통해 미국의 경제 번영과 국제적 위상을 회복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최근 미국의 초입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중국 기업들이 쥐는 상황에서 이를 회복하지 않으면 미국이 다시 지배하겠다는 위협을 가하면서 안보와 경제에 대한 고삐를 강하게 쥐기 시작했다. 또 북극해와 대서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그린란드를 편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는 탁월한 협상가로서 과거 체면 때문에 미국 대통령들이 꺼려했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는 행보를 보이면서 세계 판도를 변화시키려는 것이다. 러시아 팽창을 주춤하게 만든 상태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대결 구도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변덕이 어떻게 작용할지 아무도 모른다.
올해 초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의 회담 장면이 TV로 생중계됐다. 과거 NBC 리얼리티 쇼인 ‘The Apprentice’의 진행자로 15년간 활동한 트럼프였기에 이 TV 쇼는 트럼프가 사전에 기획한 쇼임이 너무도 분명했다.
이 쇼를 통해 미국은 러시아를 같은 편으로 삼고 우크라이나에서 실속을 챙기는 계기를 마련했다. 미국의 보호가 절실한 젤렌스키로서는 어쩔 수 없이 광물 개발권을 미국에 바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만 방송인 이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젤렌스키도 유명한 코미디언이자 프로듀서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젤렌스키는 식사도 대접받지 못하고 언쟁을 벌이다 내쫓기는 꼴이었기에 EU 정상들의 동정을 살 수 있었고 국민들에게는 자존심을 지킨 대통령으로 어필할 수 있었다. 일방적으로 밀려서 손해를 본 어설픈 쇼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속은 챙겼지만 오만방자한 사람이란 평가를 얻으면서 그의 실리외교에 대해 모두 의문을 제기하며 긴장하는 분위기이다. 과거 미국이 보였던 민주주의의 수호자라는 위상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이 자랑하던 소프트 파워가 대통령에 의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일고 있다. 지금은 미국의 강력한 힘을 배경으로 트럼프가 위세를 떨치지만 언젠가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것을 계산하며 처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행 중인 관세 협상만 봐도 이는 명백하다. 지금처럼 한다면 푸틴이나 시진핑과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학창 시절 친구 사촌 형님이 운영하는 안경점이 있었다. 잘 하지도 못하는 농구를 하다가 안경테를 부러뜨렸는데 그 안경점에 가서 친구 이름을 대고 안경테가 얼마냐고 물었다. 비싸면 순간접착제로 붙여달라고 할 참이었다. 그 형은 빙긋 웃더니 안경테를 주저없이 부러뜨렸고 그 까짓 거 얼마나 된다고 하면서 공짜로 해주겠다고 말했다.
정말 황당한 일이었다. 대신 미안했던 난 그 안경점을 널리 홍보해줬는데 나중에 보니 너무 잘 돼서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을 봤다. 내가 알기로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그 안경점에서 안경을 구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뢰란 장삿속이 아니라 돕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싹트는 것임을 그때 확인했다. 머릿속에 계산기가 작동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상대를 신뢰하지 않는다. 대신 순수한 정이나 애틋함을 보여주는 대인배 상대에게 신뢰를 느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이 연상된다. 과거 미국에 출장을 갔을 때 TV 화면에서 “You’re fired!”를 외쳐대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관세 문제로 캐나다 대통령과 욕이 오가는 언쟁을 벌였고 멕시코 대통령도 원망하는 말을 하고 있다. 모두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와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로 돈독했던 나라들이었다. 그에게 동맹국들은 더 이상 협력 상대가 아니며 거래 상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장사도 거래도 모두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상대를 밟고 이기는 것은 결코 영리한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 지금 미국이 그동안 구축한 소프트 파워가 무너지고 있는 것을 그만 보지 못하고 있다. 많은 정략적 계산이 있겠지만 돈에 노예가 된 현재 미국의 모습은 주변으로부터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