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꼼수의 끝...


 최근 벌어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도대체 왜 일어난 것이냐는 질문이 있어서 나름의 설명을 하게 된다. 푸틴은 집권 후 이상하게 우크라이나 민족을 차별하고 역사적 유대감이나 고유 문화를 하찮게 취급했다. 그러니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와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장미빛이 아니라는 의식을 갖게 됐다. 또 언제든 합병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작용했다.

푸틴과 가까운 러시아 정교회의 수장 키릴은 이에 우크라이나 국민을 악으로 규정하고 러시아의 전통적 가치를 추구하지 않고 서구의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추구하는데 격분해 적그리스도에 속한 우크라이나를 러시아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이런 아첨에 곁들여 우크라이나를 서방이 세운 신나치 국가로 규정해 전쟁을 일으킨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모두가 인정하는 합당한 명분이 될 수 있을까?

나치 독일의 내과 의사이자 SS친위대 대위였던 요제프 멩겔레는 절멸수용소 수용자들에게 잔학한 인체 실험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나치 우생학을 위해 유대인을 선별하는 작업을 했는데 그가 오른쪽을 가리키면 가스실로 갔고 생체 실험 대상, 강제 부역자를 손가락 하나로 선별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죽음의 천사’라고 불렀다. 평소 그는 단정하고 친절했으며 명랑하게 사람들을 대우했지만 끔찍한 생체실험을 벌이던 무자비한 사람이었다.

선택된 쌍둥이들을 잘 대우해주다가 건강해지면 인체 실험을 자행한 기행들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전혀 뉘우치지 않았고 남미로 도피해 여생을 보냈다. 심지어 가족을 만나기 위해 독일을 방문한 후 재회하기까지 했다. 그는 유유자적하며 브라질에서 살다가 상파울로 바닷가에서 수영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인생을 살다보면 멩겔레처럼 끔찍한 일을 벌이고도 자기 처신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는 이들이 제법 많다. 내 주변에서도 꼼수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는 이들을 보곤 한다. 그들의 플렉스에 쓴웃음을 짓지만 그게 과연 행복할지는 의문이다. 푸틴은 전쟁의 명분을 마련하다보니 얼토당토 않은 나치의 망령을 등장시켰다. 나름 러시아인들이 싫어하는 독일 나치의 만행을 떠올린다면 러시아인들이 하나로 뭉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꼼수에 불과할 뿐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해양방류 계획에 대해 최근 IAEA가 최종보고서를 제출하며 국제기준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도출했다. 하지만 보고서에서는 해당 정보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IAEA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함께 실었다.

환경에는 영향이 있겠지만 미미하다고 한 것은 일본에 우호적인 평가를 준비했다는 뉘앙스로 보인다. 오염수는 커다란 대양에 비해 미미하다고 해석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들은 일본의 방류 계획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고 나중에 문제가 되더라도 법적 책임이 주어지지 않게 했으니 문제가 될 게 없다는 판단이다. 그들은 논점을 흐리는 전략을 통해 책임을 피하는 꼼수를 부렸다. 국제기관인 IAEA가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이를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억지라는 논리를 세워 일본은 자신들의 계획을 정당화시키고 향후 미래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IAEA에서의 높은 분담금과 많은 후원금을 토대로 일본은 현재 IAEA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분명히 막후 로비를 벌였을 것이다. 과거 일본이 벌였던 수많은 로비를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이를 유추할 수 있다. 미국으로부터 조선을 병합하도록 허락받은 카쓰라 태프트 밀약을 시작으로 그들은 수많은 로비를 통해 국제적인 인지도를 확보하곤 했다. 최근에는 올림픽 로비를 통해 그 추악함을 알리기도 했고 미얀마 군부와의 내통이나 전쟁 중 러시아로부터의 석유 수입도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난 모든 꼼수의 끝이 장밋빛이 아님을 밝히고 싶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꼼수란 전략을 언제든 사용할 수 있지만 신뢰가 무너지고 보복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도 작용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아직 우리는 그 결과를 보지 않았지만 이 말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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