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글쓰기의 프레임...



오래전, 은퇴한 한 기자님이 찾아와 글쓰기 강의를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예상치 못한 제안에 적잖이 당황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를 숙명처럼 여겨 테크니컬라이팅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왔지만, 글쓰기 이론을 체계화해 강좌로 만들겠다는 생각까지는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안 자체는 신선했지만, 그 당시에는 강의를 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

그러던 중 테크니컬라이팅에 진심인 한 전문가를 만나게 되었고, 한겨레문화센터에서 강의를 해보라는 제안을 다시 받았다. 두 번째 제안이어서였을까? 큰 고민 없이 일주일 만에 교안을 만들고 강의를 시작했다. 미국 회사에서 멘토에게 배웠던 이론을 정리하고,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강좌를 개설했는데, 그렇게 시작한 강의는 현재까지 24기 수강생을 맞이하며 이어지고 있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인생의 전개를 누구도 함부로 속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다. 오랫동안 글을 써왔음에도, 그 기자님이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 질문은 나로 하여금 내가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 회사에서 만난 멘토는 글쓰기를 설명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세 가지 설득 전략, Logos(논리), Ethos(신뢰), Pathos(감정)를 언급했다. 그때 처음으로 글쓰기에도 명확한 전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멘토는 이 가운데 가장 강력한 프레임은 Pathos, 즉 인간의 감정을 공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리나 신뢰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이 훨씬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이후 나는 효율적인 글쓰기를 위해 다양한 전개 프레임을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프레임은 다음과 같다.

먼저, 주장을 전개할 때 사용하는 PREP(PointReasonExamplePoint) 프레임이다. 핵심 주장을 제시하고, 그 이유를 설명한 뒤 사례나 증거를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주장을 다시 강조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문제 해결형 글쓰기에 사용하는 PSO(ProblemSolutionOutcome) 프레임이다.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책을 설명한 뒤, 그 해결책이 가져올 결과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 프레임의 확장형으로 SPIN(SituationProblemImplicationNeedPayoff) 프레임이 있는데, 현재 상황을 설명한 뒤 문제를 제시하고, 문제를 방치했을 때의 부정적 결과와 해결했을 때의 긍정적 효과를 대비시키는 구조다.

세 번째는 광고나 마케팅 글에서 주로 사용하는 AIDA(AttentionInterestDesireAction) 프레임이다. 독자의 주의를 끌고, 관심을 유도한 뒤 욕구를 자극하고, 최종적으로 행동을 촉구하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설득을 위한 글쓰기에는 다양한 프레임이 활용된다. 도덕적 가치에 호소하는 Moral 프레임, 상대가 얻을 이익을 강조하는 Gain 프레임, 선택하지 않을 경우의 손실을 부각하는 Loss 프레임, 사회적 증거를 제시하는 Proof 프레임, 위협을 통해 행동을 촉구하는 Threat 프레임, 기준점을 제시해 판단을 유도하는 Anchoring 프레임, 독자의 정체성과 연결하는 Identity 프레임, 감정을 자극하는 은유를 활용하는 Metaphor 프레임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프레임을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누구든 소재만으로도 효과적이고 호소력 있는 글을 쓸 수 있다. 나는 이러한 방식의 글쓰기를 ‘프레임 글쓰기’라고 부른다. 정치 현장에서도 이러한 프레임을 통해 대중을 설득한다.

내가 종사해온 테크니컬라이팅 분야에서는 매뉴얼 작성 시 토픽 글쓰기가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바바라 민토가 제안한 피라미드 라이팅(Pyramid Writing)에 기반해, 주제를 먼저 제시하고 각 토픽마다 화제 단락(introductory descriptor)과 설명 단락(explanatory paragraph)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IBM이 정립해 업계 표준으로 굳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앞서 언급한 설득 프레임들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창작 문학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글은 이러한 프레임 위에서 전개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야 나는 그때 나에게 질문을 던졌던 기자님께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쓰기의 이론과 틀은 이미 선배들이 정립해 놓았고, 우리는 그것을 성실히 이해하고 활용하면 된다. 이 자리를 빌려 앞서 길을 닦아준 선배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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