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에게 필요한 분별력...



한때 의리로 똘똘 뭉쳤던 집단이라도 이권과 탐욕이 개입되는 순간 쉽게 와해된다. 인간은 본래 탐욕 앞에서 나약한 존재다. 권력의 상징인 검사나 판사 집단조차 돈과 권력의 유혹에 흔들려 정의를 왜곡한 사례가 적지 않다. 그들은 왜곡된 스토리를 사용해 자신의 비리를 감춘 바 있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의 최고 가치가 돈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항공업계의 주가가 바닥을 치던 시기, “승무원이 행복해야 승객도 행복하다”는 철학을 내세운 한 인물이 등장했다. 토니 페르난데스였다. 그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에어아시아를 인수해 아시아 최초의 저가 항공 모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그는 기내식을 없앴고 공항이용료가 저렴한 공항을 선택하며, 합리적인 요금에 수준 높은 서비스를 승객들에게 제공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두 대의 항공기로 시작한 그의 도전은 2024년 말 기준 224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로 성장했다.

그는 직원 복지를 기업의 핵심 가치로 두었다. 그래서 직원들의 편의와 처우를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덕분에 직원들은 밝은 미소를 승객들에게 보내기 시작했고, 이는 높은 서비스 품질로 귀결되었다. 직원들의 높은 사기가 곧 승객들의 행복이라는 그의 생각은 결국 증명이 된 것이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존중하는 기업모델이 왜 필요한지를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반면, 미국 테라노스의 CEO 엘리자베스 홈즈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지금 그녀는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11년 징역을 살고 있는데, 회사를 떠난 직원의 양심선언으로 덜미를 잡히게 된 것이다. 그녀는 손가락 끝에서 뽑은 극소량의 피만으로 수백 가지 검사를 단 한 번에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착안해, ‘에디슨’이란 혈액검사장비를 개발해 의료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실제 에디슨을 통해 할 수 있는 검사는 11가지에 그쳤고 다른 검사는 외부 검사기를 동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녀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스토리텔링 능력은 키신저 자본의 투자를 이끌어낼 정도로 탁월했다. 그녀는 스티브 잡스처럼 검은색 터틀넥을 입었고 목소리를 일부러 저음으로 변형해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냈지만, 결국 진실을 감추는 가면이 되고 말았다. 그녀는 ‘젊은 여성 천재 CEO’로 불리게 됐고 그녀의 미래는 찬란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왜곡된 욕망은 사기로 귀결됐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수많은 상식 중에는 실제와 다른 것들이 적지 않다. 이는 스토리텔링이 만들어 낸 결과이기도 하다. 사기 역시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당긴 이야기의 부산물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스토리텔링의 희생자가 되기 때문이다. 호메로스의 트로이 전쟁이나 오디세이를 사실이라 믿고 읽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 이야기가 흥미롭고 인생의 통찰을 품고 있기에 우리는 그 신화를 수천 년 동안 인용하며 교훈으로 삼아왔다. 문제는 신화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 때 생긴다. 우리는 매혹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진실을 가려낼 수 있는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모든 비밀을 다 아는 양 말하며 온갖 이야기를 꾸며낸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에는 실체가 없다. 진실이 담기지 않은 이야기는 결국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그것을 분별해내려면 비판적인 시각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신앙에서도 맹신과 광신이 위험하듯, 비판 없이 모든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다면 당신은 분별력을 가진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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