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돈에 소비되는 사람들...



2010 12, 튀니지에서 한 청년 노점상이 부패한 관료들의 부패에 항의하며 분신한 사건은 ‘아랍의 봄’으로 이어졌다. 그의 죽음에 공감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면서 튀니지의 벤 알리 대통령은 결국 퇴진했고, 그 여파는 아랍 전역의 민주화 운동과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운동의 배경에는 독재와 부패에 분노한 민중뿐 아니라, 서구 자본가들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었다.

우크라이나의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도마이단 혁명으로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뉴코비치 대통령이 러시아로 망명한 뒤 러시아의 침공이 이어졌지만, 그 과정에서도 서구 자본의 지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이처럼 자본은 국제 정세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많은 일을 가능하게 만든다.

돌이켜보면 나는 어릴 때부터 예민한 편이었다. 많은 이들이 인정하고 공감하는 것이라 해도 정말 그것이 옳은지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질문하고, 의문을 품고, 탐구하곤 했다. 남들은 쓸데없는 시간낭비라고 했지만 찜찜한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돈을 많이 준다거나 대중이 혹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이 들어오면 단번에 거절한다. 대부분 양심에 반하는 내용을 요구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제안서 작업을 했을 때, 한 번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저 대상을 설득하기 위한 기교를 발휘하는 일 정도로만 여겼다. 그러나 제안서 때문에 실력도 없이 기회를 얻게 된 업체 대표가 고민하며 한숨 쉬는 모습을 본 순간, 거짓이 가져오는 폐해를 뼈아프게 깨달았다. 그래서 그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절에는 제안서를 설득력 있게 쓰는 사람들이 높은 대우를 받았는데, 지금도 나라장터를 뒤지며 계약을 따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돈을 위해 양심을 버리고 이기기 위해 사실을 조작하는 이들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거짓은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좀비(Zombie)란 단어 역시 원래는 서아프리카 민속 신앙에서 유래한 것으로, 주술사가 죽은 시체를 되살려 조종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를 소설과 영화의 소재로 소비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는 설정으로 각색돼 전혀 다른 콘텐츠로 변화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쪽이 훨씬 더 돈이 되기 때문이다.

돈은 삶을 유지하고 공동체를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한 자원이다. 그러나 금전만능주의가 세상을 지배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나 역시 분위기에 휩쓸려, 대중이 원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적이 있다. 그때 느꼈다. 자본이 만들어낸 각색된 분위기는 사람의 감정을 왜곡하고 개인을 언제든 소비 가능한 존재로 만들어버린다는 사실을.

콘텐츠 설계를 하다 보니 정치나 비즈니스의 작동 원리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설계자가 스토리를 만들 때에는 반드시 그것을 소비할 사람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돈이 된다는 이유로, 그럴듯한 스토리에 자신을 희생시키지 말라고 말이다. 거짓을 위해 자신을 소모시키는 순간, 결국 가장 큰 후회를 경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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