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실 다지기...



스페인은 신대륙을 발견한 뒤 멕시코의 아즈텍 제국을 무너뜨리고 엄청난 황금을 본토로 들여왔다. 여기에 현 볼리비아 지역의 포토시 광산에서 쏟아져 나온 은이 더해지면서 스페인은 전에 없던 부를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 스페인 왕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던 카를 5세는 이 부를 백성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교황을 배신했다며 신교 세력과의 전쟁에 이 부를 탕진했다. 넘쳐나는 은화는 대부분 용병과 군인 및 권세를 과시하기 위해 고용된 예술가들의 손으로 흘러들어갔다.

결국 돈을 쓰는 속도가 은 채굴 속도를 앞질렀고, 스페인은 독일 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은이 넘쳐나자 노동의 가치가 추락했고, 인플레이션은 무려 45배에 달했다. 그렇게 스페인의 사회 기반은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에 '무적함대'로 불리던 스페인 해군은 영국 함대에 대패했고, 네덜란드는 독립을 쟁취했다.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스페인은 식민지들마저 등을 돌리자, 결국 농업에 의존하는 국가로 전락했다. 지금은 과거의 부로 성당과 건축물들이 여전히 관광객을 끌어들이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씁쓸한 역사적 교훈이 남아 있다.

마틴 루터는 당시 천주교를 '영광의 종교'라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영광의 신학자는 악을 선이라 하고, 선을 악이라 한다. 그러나 십자가의 신학자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

그의 말은 외형적 영광에 집착하던 천주교의 실체를 정확히 찌르고 있다. 유럽의 성당들은 하나같이 장엄하고 화려하지만, 이는 사실 약탈의 산물이었다. 오늘날 그 건축물들은 관광객들을 불러모으지만, 교인 감소와 유지비 부담으로 점차 '역사의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

마틴 루터는 1517년 현 독일 비텐부르크에서 종교개혁을 단행하며, 독일어로 성경을 번역해 대중에게 공개했다. 그가 번역한 성경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덕분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 결과, 성경을 읽기 위해 글을 배우는 사람들이 늘었고 독일인의 문맹률은 급격히 낮아졌다. 교육 수준이 향상되면서 개신교는 빠르게 확산되었고, 신성로마제국은 분열을 거듭하면서 개신교와 카톨릭 간의 30년 전쟁이 벌어지는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이 혼란 속에서 독일의 각 제후국은 자치권을 강화했고, 그것이 훗날 강력한 통일국가 탄생의 밑거름이 되었다.

스페인과 독일의 서로 다른 길은 분명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겉모습을 꾸미는 것을 내실을 다지는 것보다 결코 낫지 않다. 국부는 국민을 위해 쓰일 때에만 진정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부가 국민의 방종으로 이어진다면, 나우루 공화국의 몰락처럼 공멸을 자초할 수도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로 급부상한 중동 국가들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종교적, 민족적 갈등이 폭발하면서 그 부가 오히려 전쟁의 불씨가 됐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원과 돈이 많아지면 반드시 갈등이 따라온다. 그러나 그 갈등을 방치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결코 국민을 위한 길이 아니다. 부는 축복이 아니라 시험인 것이다. 그 시험을 통과한 나라만이 진정한 번영을 누릴 수 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칼럼: 초심을 잃지 않는 지혜...

산 자의 하나님...

세상과 다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