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치관의 아노미...
대공황의 한복판이던 그 시절, 하루 평균 3,400명의 인력이 투입되었고 공사는 하루에 한 층씩 올라가는 경이로운 속도로 진행됐다. 이는 철골 구조물과 창문, 벽체 등 주요 부품을 사전에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모듈식 공법을 도입했기에 가능했다. 노동자들의 다수는 이민자와 캐나다 원주민 출신이었으며, 그들은 안전장비 하나 없이 하늘을 가르는 철골 위를 자유롭게 오르내렸다. 공사는 3교대 24시간 체제로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지만, 사망자는 단 5명에 불과했다. 이는 철저한 공정 관리와 숙련된 인력의 협업 그리고 완벽에 가까운 작업 조율 덕분이었다.
물질문명이 발전하면서 체계적인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통해 과거부터 인류는 경이적인 성과를 구가해왔다. 그러한 성과를 보며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곤 한다.
그러나 인간은 본래 연약한 존재라서 쉽게 의지가 꺾이고 금세 나태해지는 경향이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인간의 기질을 네 가지로 구분하며, 황담즙이 우세할 때에는 낙관적이고 활력이 넘치지만, 흑담즙이 많아지면 예민하고 우울해진다고 했다. 이는 곧 우리가 미량의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의 변화에도 쉽게 흔들리는 불안정한 존재임을 뜻한다. 그런 인간을 온전히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우리의 마음은 시시때때로 걱정과 염려가 지배하고, 우리의 의지는 인생의 파고에 무너지곤 한다.
오늘날 불교 혹은 힌두교나 유대교의 신비주의적 전통을 바탕으로 윤회를 다루는 드라마나 교훈이 유행하고 있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에 걸쳐 미국의 물질문명을 비판하던 히피 세대는 '무소유'와 '마음챙김'을 설파하는 선 불교와 티베트 불교에 깊이 매료되었다. 이러한 사상은 현대 심리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반전 운동의 사상적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젊은이들의 반항은 곧 내면의 평화를 추구한다는 명목 아래 환각제에 의존하는 탈선으로 변질되었다. 약물의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그들은 환각제 없이도 불교의 명상을 통해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정신적 자유를 얻으려 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극심한 가치 혼란에 빠진 이들이 속출했고 사회 분리를 겪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물질문명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을 제3자 관점에서 관찰하는 식의 명상에서도 탈출구를 찾지 못한 미국 젊은 세대는 흔들리는 미국의 위상처럼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현상이 어디 미국만의 문제이겠는가!
어떤 이들은 자신도 만만치 않으면서 남을 험담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주위를 둘러보면 정작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비추어 본다면, 함부로 남을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못할 것이다. 나 또한 어느 날, 내 안에 얼마나 많은 흠이 있는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형편없는 사람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신뢰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늘 담대하지 못했다.
가치관의 아노미는 오늘날 물질문명 세대가 겪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병리 현상이다. AI가 인류 문명에 깊숙이 스며드는 다가올 세대에도 이 문제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심화되어 인류가 마주해야 할 근본적인 위기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런 때 우리는 어디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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