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향한 조언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그들의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나 증명서가 없는 것이 신기했다. 신분을 보증하는 주민증을 가진 나라는 국가가 사회를 통제하는 독재주의나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은 박정희 대통령이 독재를 위해 1962년 통치를 시작하면서 주민증을 발급하도록 강제했다. 결과적으로 독재와 인권유린의 여파가 대한민국을 휩쓸었고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도 다수 발생했다. 물론 덕분에 최근 IT 행정이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된 측면도 있지만 북한이나 중국으로부터의 불법 해킹의 빌미가 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주민증을 없애자고 한다면 이는 얼토당토 않은 주장일 것이다. 행정적 효율성에 있어 이보다 좋은 해법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든 독재에 대한 시도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태이므로 우리가 얻은 민주주의 시스템은 우리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부터 이데올로기를 논하는 학자들은 정부를 괴물로 표현했고 언제든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들은 주민증을 발행하거나 강제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스템적으로 최대한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잇딴 테러가 발생하는 상황이고 신분 증명의 어려움으로 인해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그들은 IT 기술을 통해 국민들을 몰래 감시하는 꼼수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선진국의 국민들은 국가를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국가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고 두 가지 상충된 목적이 충돌하면서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자동차 회사들이 급발진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조직의 이익을 위해 이를 인정하지 않는 전략적 대응과 유사하다.

마약성 진통제로 모르핀의 50배에서 100배에 달하는 약효를 자랑하는 펜타닐이란 약이 있다. 극심한 통증을 겪는 말기 암환자에게 처방하던 약인데 2010년부터 미국에서 마약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벨기에 얀센이란 제약회사가 개발했다가 현재 특허가 풀려 이 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는 상황이라 대중이 이를 오남용하고 있다. 최근 밝혀진 정보에 따르면 중국에서 재료를 만든 후 멕시코에서 마약으로 제조해 유통하고 있다고 한다.

이 약에 중독되면 살이 기름에 튀기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 또 뼈에 영향을 줘 기형적으로 굽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하지만 중독되면 끊기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이다. 그래서 몰래 음료수에 섞어 청소년들에게 음용시키는 사례도 있었다. 여가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10명 중 1명이 치명적 마약인 펜타닐을 사용한다고 했다. 이 발표의 진위를 떠나 대한민국은 이제 마약 청정 국가가 아니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사법 기관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국가적으로 마약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고 결국 이태원 참사를 방관하기까지 했다.

국가가 국민을 향해 책을 잡고 통제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우리 국민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이다. 만약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 물론 근원을 파헤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독 환자들을 치료하고 회복시키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을 언도하고 정죄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면 국가가 국민을 감싸안는 게 아니라 채찍으로 다스리는 형국이 되고 말 것이다. 법치국가 유지에 치중했던 국가들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됐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가가 사법과 행정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국민을 통제하고 언론까지 통제하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과히 좋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양심상 국가를 향해 이를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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